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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 강의실이 7080시대의 대학 강의실과 어떤 점이 다를까?

교실
내가 보기에 전체적인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 그리고 강의용 PC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바로 정보 기술을 강의에 활용하는 모습이지만, 정말 제대로 된 설정인지는 의문이고, 사실 강의를 하거나 듣거나 개선할 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빔 프로젝터와 같은 시설이 강의실에 도입되기 전에는 OHP라는 것을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에도 강의실에 비치되어 있거나 기자재실 등에 갖춰놓았다가 필요할 때 갖다 쓰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 OHP에 투명 필름을 올려놓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뭔가 앞서나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이고, 나중에는 컬러 잉크젯 프린터가 도입되면서 투명 필름에 알록달록 여러 색상을 넣은 강의안이 등장하기도 했고, 나도 이렇게 만든 강의안을 아직도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이후 빔 프로젝터가 등장하여, 강의실마다 비치하기는 어려웠지만, 몇몇 특별 강의실에는 붙박이를 설치하기도 하고, 행정실이나 기자재실에 공용으로 두었다가 필요할 때 빌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강의에 활용하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일부 교수자들이 사용했으나, 노트북 PC 보급도 늘어나고 활용 빈도가 점점 높아지자 공용 빔 프로젝터를 빌리는 일 자체가 경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빔 프로젝터 중심의 강의 진행이 많아지면서 이제 대부분의 학교에서 강의실마다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하고, 필요한 PC들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 10년 정도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정도면 자리를 잡을 때도 되었고,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혁신적인 방법으로 전환할 시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도 이런 장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강의실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1. 빔 프로젝터로 보는 화면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는가?

빔 프로젝터는 빛을 스크린에 쏘아 화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단 주변이 어두워야 한다. 강의실 전등을 다 끄는 것이 좋지만,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필기를 할 수 없다. 영화관도 아니고 난감하다. 가끔 스크린이 있는 부분만 어둡게 하기도 하는데, 강의실 분위기가 침침해진다. 그리고 빛을 쏘는 역할을 하는 램프는 소모품이라 일정 시간을 사용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빛으로 인해 열도 발생해 이를 식히는 팬 소리도 시끄럽고, 팬으로 유입되는 먼지를 막는 필터도 때가 되면 갈아주어야 하는데 이도 여의치 않아 화면에 필터 청소 메시지가 수시로 나타나기도 한다.

2. 스크린의 위치는 적절한가?

강의실은 영화관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장소가 아니다. 강의하고 공부하고 토론하는 곳이다. 스크린을 강의실 전면 중앙에 영화관처럼 설치한 경우 화면 영사 외에는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전면 측면에 설치한 경우도 사각지대가 생긴다. 그리고 강의실 구조가 경사가 아니라 평면인 경우 스크린에 가득차게 화면을 뿌리면 앞자리 학생들 외에는 화면을 제대로 볼 수도 없다. 화면 크기를 줄이면, 잘 보이지 않는다. 강의실이라고 천정을 높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3. 강의용 PC는 제 기능을 하는가?

많은 학교에서는 강의실에 비치한 강의용 PC를 잠궈둔다. 누가 들고 갈까봐 그러는 것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무단으로 사용하다 망가뜨릴 것을 염려해서 그러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풀었다 잠궜다 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며, 더 큰 문제는 PC의 사양과 환경 설정이다. PC를 관리하는 담당 부서나 담당자의 인식이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관리 편의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4. 모바일 시대를 사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인가?

요즘에는 강의를 듣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에도 노트북 PC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노트북을 들고 오는 학생들은 주로 벽면이나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선착순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노트북을 활용하고 싶어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 노트북뿐만 아니라, PMP, PDA, MP3P 등을 나름대로 잘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비교적 최신 시설을 갖춘 대학원 수업 중심의 좋은 강의실에는 자리마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은 지극히 일부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공통 화면을 보고, 실시간으로 판서를 저장하고, 질문에 답하여 실시간으로 평가를 받는 시스템은 생각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비단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학생이 아이패드(iPad)에 온라인 교과서를 가지고 들어오고, 고등학교 학생이 온라인 문제집과 전자사전, 백과사전을 넣고 교실에 등장했는데, 교사나 학교, 교실은 아무 역할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날이 올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일단 못하게 할 것이다. 수업에 방해된다고. 선생님이 지금 설명하고 있는 10세기의 어느 주요 인물에 대한 내용을 지금처럼 종이 사전이나 뒤적이며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으로 지식을 늘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휙휙 휘젓다가 "선생님, 그 사람은 11세기 사람인데요."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적어도 선생님 말씀과 자신이 찾은 정보를 조합하여 적절하게 공부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교육 진행 방법의 핵심이 "획일화"라면 정보 기술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학은 다르다. 달라야 한다. 다양한 접근 방법과 시도가 병행되어야 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방법을 선택해 수업을 받으면서도 이를 적절하게 결합하여 강의의 목적과 의도에 부합되도록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옛날, 공자 왈 맹자 왈 시대와는 다르고, 교수자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단순하게 학습자의 머리로 이전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교실의 책상과 걸상의 크기만 요즘 학생들에게 부적합한 것이 아니다. 선생과 학생이 한 자리에 있게 만들어주는 교실이 아니라,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교실이 되어야 할 듯싶다.

그럼 대안은?

이것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주체들(학교, 교육 시설 제공자, 교육 관련 기관)이 사용자(교수자, 학생, 학부모주1) 중심의 사고를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같은 시간과 돈을 쓴다고 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1. 학부모는 "학비를 대는 사람"이다. 대학에서는 그 정도가 덜 할 수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사용자 집단이므로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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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탁

고등학교때는 램 뜯어가서 파는 애들이 있어서 잠가놓았었는데;;
앞사람들 때문에 스크린이 안보이는 건 정말 공감이 가네요

Pak Chulwoo (박철우)

전산실 같은 곳을 포함해서 많은 곳에서 본체를 잠근 다음 안에 들어 있는 부속이나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 따위를 들고 가지 못하게 챙겨두는 것은 맞습니다. 제가 잠근다고 한 의미는 사실 사용할 수 없게 가두어두는 일을 강조한 것입니다.

스크린 위치나 크기를 포함해 영사 방식에는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