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시민들 잘살라고 만들어 놓은 제도 중에 엉터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엉성한 것이 많은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중에 "
승용차 요일제"도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열심히 시행 중이고 이를 따라 시행하는 자치 단체도 더러 있는 것 같고, 국가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황당한 소식도 들려온다.
서울시 승용차 요일제 홈페이지에서 이야기하는 이 제도의 필요성 
은 다음과 같다.
- 고유가 장기화에 따라 에너지 절약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 도심의 극심한 교통난! 해소 대책이 필요합니다.
- 심각한 대기 오염, 더 늦기 전에 해결 방법을 찾을 때입니다.
첫 번째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저유가가 장기화되어도 에너지 절약은 기본이다. 오히려 저유가일수록 낭비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 있으므로 당연히 이때 더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교통량을 줄이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차를 놓고 다니고, 정말 힘들고 짜증 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제(9월 22일) 차 없는 날 행사와 관련해서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정말 쾌적하고 편리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인터뷰나 인사말 
을 했다. 정말 그럴까? 그걸 몰라서 차를 끌고 나오는 것일까?
대안이 있는데도 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다.
가급적이면 차를 놓고 다니는 것이 좋다. 권장되어야 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하지만. 승용차 요일제는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차를 쉬게 하자고? 일주일에 3일, 4일, 5일을 쉬게 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서 주말에만 쓰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회사가 쉬는 날이 일요일이 아니라 주중 특정 요일인 사람도 있다. 정말 필요해서 써야 되는 날이 같은 요일마다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정말 매일 차를 써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금이고, 일당이나 시간급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이 세상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저녁 5시, 6시에 퇴근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승용차 요일제"로 다 뭉개려고 하는 발생이 정말 위험하다.
그러면 "자율"이고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니 선택해서 하면 될 것 아니냐는 편한 소리도 있다. 일단 공공 기관을 출입할 수 없다. 공공 기관이 동사무소, 구청, 시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별반 줄 혜택이 없으니 이런 꼼수를 쓰는 것이다. 주변에 보면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교통 체증 해소와 환경 개선을 위해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공공 기관 출입할 때 귀찮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혜택을 강화하고 이 제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서울시 승용차 요일제 문답 코너 
를 한 번 가보면 알겠지만, 좀 답답한 경우들이 있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서울 시민이 아니고, 국민이 아닌가? 왜 공공기관 출입을 막는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라는 답답한 소리는 그만 두기 바란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비싼 기름 축내면서 차를 끌고 온 거고, 그런 이유를 출입구에 서 있는 생면부지의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구차하게 설명할 이유가 없다. 공공기관 주차장은 납세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승용차 요일제 참여자들의 회원제 클럽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통 체증 해소 정책은 일종의 "네거티브 방식"이다. 주차장을 없애고, 출입을 통제하는 따위이다. 주차장을 제대로만 확보하고, 주차료를 저렴하게 하면 서울 시내에서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도 훨씬 줄어들 것이고 그로 인한 교통 체증이 풀릴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버스, 전철,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 체제를 잘 정비하고 운용하면 더 좋을 것이다. 손님 골라 태우고, 난폭 운전하고, 승객이 별로 없는 곳은 노선도 없다.
그리고 도시 내 교통 신호 체계를 지능화하고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물론 이런 작업들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시스템이 안 되고 있으면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원활한 도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급적이면 자동차(여기에는 승용차만 해당되면 안 된다. 버스도 그렇고, 택시도 그렇고, 오토바이도 그렇고 모든 굴러다니는 차량은 다 포함된다.)를 타고 다니는 일을 줄이면 그만큼 여러 면에서 좋다는 교육과 홍보가 병행되어, 사회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행과 같은 승용차 요일제는 반드시 개선되거나 없어져야 한다.
유지하려면 다음과 같은 대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 자동차세에 할증이나 할인을 할 때, 연식이나 배기량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운행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 배기량이 큰 차량들은 종합 부동산세처럼 중과세한다.
- 한 사람 명의나 같은 세대에 두 대 이상의 승용차를 등록할 때 가산세를 물린다.
- 매주 특정 요일을 정하지 말고, 대략 1년에 54주를 기준으로 1년에 54일, 또는 반년에 27일 등 기준 기간을 넓게 사용하도록 한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요일제 위반 감지 센서를 활용하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작업이다.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50일 이상 운행 기록이 없는 차는 자동차세를 얼마, 100일 이상은 얼마식으로 참여 정도에 따른 인센티브도 차등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
- 실효도 없고, 민방위 훈련과 같은 "차 없는 날" 행사는 그만두고, "차 없는 거리"(Car-Free Day가 아니라 Car-Free Zone)를 지정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 모든 국공립 초등학교에 셔틀 버스를 운영한다. 특정 지역별로 여러 학교를 도는 형태도 좋을 듯하다. 중고등학교도 포함하면 더 좋겠다.
이렇게 해도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공기관 출입을 막는다거나 부정적인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준비하고 배려하는 것은 당국의 몫이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처지와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에너지 절약이나 교통 체증 해소가 단지 차량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요소가 있을텐데 현대인에게 장애인의 휠체어 같은 승용차를 건드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고 확대될수록, 한 집에 한 대 있던 자동차가 한 사람에 한 대가 될 것이고, 한 사람에 한 대가 아니라 요일별로 한 대씩이 될 날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로 이런 제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가난하고 생계에 절절한 사람들의 차를 모두 길거리에서 내몰고 자신들만 쌩쌩 달리고 싶은 강부자들의 농간인지 정말 궁금하다. 아울러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지 않는 차량의 공공기관 주차장 출입 제한은 위헌이 아닌지도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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