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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차별을 두는 골프공

언어에 차별을 두는 골프공

미국 여자 프로 골프 협회(LPGA) 사무국이 내년부터 모든 선수들에게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LPGA에서 2년 이상 경기를 해온 외국인 선수는 영어 인터뷰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내년 말까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2년간 대회 참가가 정지된다. 미국 단체에서 자신들의 운영 규칙에 "영어 의무화"를 내세운 것은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야 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테지만, 요즘 국내에서 어디 취업이라도 하려고 하면 평생 필요도 없을 영어 시험 점수가 필수인 마당에 미국 본토에서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고, 2년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토플 성적을 제출받던 영어 인터뷰를 하던 자격 조건을 달아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중앙일보에 "한국 여자 골퍼들, 영어의 벽도 넘어서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사설] 한국 여자 골퍼들, 영어의 벽도 넘어서길," 중앙일보, 2008. 8. 29.

골프도 잘 치니 어차피 국제화 시대(사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국제화는 국제화가 아니라 미국화, 영어화이다.)에 그 실력으로 영어도 단숨에 정복하라는 것이다. 잘 노는 애들보고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가겠다."라는 말과 동격이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라는 의미이겠으나,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 대한 덕담도 아니고 일개 미국 협회의 어쩌면 범세계적("골프공은 언어를 차별하지 않는다.") 또는 인류애적("아예 말을 못하는 사람[청각장애인]은 LPGA 투어에서 뛸 수 없다는 얘기냐?") 관점에서는 비난받을 법한 주장에 잘 따르라는 것은 우리나라 주류 언론사의 "사설"로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공부 방법까지 제시했다.

자신의 외국인 캐디에게 한국말을 쓰게 만들지 않고, 미국 협회에서 붙여주는 가정교사와 하루 한 시간씩만 대화하면 된다.
중앙일보의 같은 날 다른 면에 실린 아래 기사에 있는 내용처럼 이러한 정책의 의미와 효과, 조금은 철학이 담긴 격이 있는 논조와 주장이 담겨 있으면 어땠을까.

"뉴욕타임스, 'LPGA 영어시험 정책은 소송감'", 중앙일보, 2008. 8. 29.

우리나라 신문과 미국 신문의 제목이 바뀐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게 하겠다."라는 우리나라 정책 당국의 의지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목표는 될 수 있지만 국가의 목표는 될 수 없다. 적어도 국가라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영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어 한 줄 몰라도 불편없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미국 일개 협회에서 "영어해라."하니까 그것봐 "영어 하라잖아. 그러니까 공부하자."는 정말 곤란하다. 그냥 이참에 외국에 나가 활동하고 싶은 골프 선수는 한국어 능력 시험과 역사 시험을 통과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하는 외국 선수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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